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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at 5th of November 2021 10:09:28 AM


Chapter 157: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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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고대 던전에서 나온 유물들을 팔아서 아티팩트를 사기 위해 가룬 제국에 들렸다는 거지?”

“…그렇다.”

“어째서? 샤니엘 왕국에도 마탑이라면 있을 텐데?”

샤니엘 왕국이라면 대부분 땅이 해양이기에 그리 크지는 않지만 마탑이 없을 정도는 아닐 텐데.

“…마탑과는 지금 사이가 좋지 않다. 오히려 적이나 마찬가지지.”

“왜? 마탑은 중립 세력으로 알고 있었는데… 샤니엘 왕국은 다른가 보지?”

“그게 아니다. 그들도 중립 세력이지만 지켜야하는 규칙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고대 던전 때문에…”

“아, 마탑 녀석들이 던전에서 나온 유물을 탐내는 거구나? 그런데 르코와 영주가 거부했고?”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 어린 소년이 아티팩트를 구매하기 위해 이 먼 가룬 제국까지 오다니.

어떤 면에서는 자신의 자식을 딸랑 기사 넷과 함께 가룬 제국으로 보낸 르코와 영주가 대단해 보였다.

“그렇다. 아마… 해적 녀석들도 녀석들의 수작일 확률이 높겠지. 이런 일이 있을까 봐 비밀리에 왔던 것인데…….”

“비밀리에? 그럼 어디서 정보가 샌 거구나.”

“그럴 리 없다! 내가 가룬 제국으로 향한 것은 가족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다!”

“그런데 해적들이 네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왔잖아.”

“그, 그건…”

내 말에 말문이 막혔는지 마얀드가 반박을 하지 못한 채 불안한 눈빛을 띄었다.

“너 혹시 형제가 있냐?”

“형제? 형제라면… 동생이 둘 있다. 그건 왜 묻는 거지?”

“하… 진짜 안 좋아하는 건데.”

마얀드의 말을 들어보면 녀석은 비밀리에 가룬 제국으로 향했다. 이름까지 바꿔가며.

그 사실을 아는 것은 여기에 있는 기사 넷과 마얀드의 가족뿐.

그런데 해적들은 마얀드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백퍼센트 확신하고 있었다. 그 말은 정보가 샜다는 것이고 이건 어디선가 많이 봤던 상황이다.

[설마… 가족 중에 누군가가 저 소년의 정보를 흘린 걸까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그럴 확률이 높지만 아직 확신까지는 아닌 상태.

마얀드와 기사들이 칠칠치 못하게 움직이다 정보가 샌 것일 수도 있으니.

“아… 이거 괜히 의뢰를 받았나.”

“…그게 무슨 소리냐?”

[카이얀 님이 거의 반강제로 받으신 거잖아요!]

어차피 르코와 영지에 들릴 생각이었고, 고대 던전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너무 쉽게 움직인 게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든다.

괜히 마얀드를 영지에 데려다주고도 복잡한 일에 얽힐 거 같은 느낌.

“꼬마야.”

“…난 꼬마가 아니다. 마얀드 드 르코…”

“그래, 마얀드.”

불만족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녀석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줬다.

“아무래도 넌 운이 좋은가 보다. 이런 곳에서 날 만난걸 보면.”

“그게 무슨…”

“너무 귀찮지 않은 상황이 아니면 도와주겠다는 소리야. 그런데 르코와 맥주가 그렇게 맛있다는데 진짜냐?”

“당연! 우리 르코와 영지의 맥주는 저 먼 사왕국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맥주 이야기를 꺼내자 긴장했던 눈빛을 푼 채 자랑스럽게 떠드는 마얀드를 보며 린다가 떠올랐다.

‘그래, 고작 린다 정도의 어린 소년을 도와주는 거야.’

만약 이 녀석이 타리엔 같았다면 아무리 고대 던전이라 해도 절대 도와주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마얀드는 가족 이야기를 꺼내자 눈빛이 크게 흔들릴 정도로 나름 순수한 면이 있는 소년.

‘책임지고 르코와 영지까지는 무사히 데려다주마.’

* * *

배를 타고 샤니엘 왕국으로 이동한지 15일째.

콰아아앙!

바로 뒤까지 따라왔던 해적선이 오러가 가득 담긴 화살에 돛대가 부러진 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해적선이 넘쳐나는 건가? 계속해서 달려드네.”

[그러게요? 저렇게 많은 해적들을 가룬 제국과 샤니엘 왕국이 왜 그대로 두는 걸 까요?]

“으음… 쓸모가 있어서겠지? 그 용도는 대충 짐작이 가지만.”

해적 녀석들이 작정을 한 것인지 처음 등장했던 가몬 해적단부터 시작해서 여러 해적단들이 매일 같이 마얀드를 노리며 달려들었다.

물론 산트로를 제외하고는 가까이 붙기도 전에 모두 내 화살에 배가 반파되었지만.

“오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카이얀 님.”

“그냥 편하게 부르시라니까요, 선장님.”

“허허, 생명의 은인이신데 그럴 수는 없죠. 그럼 저희는 계속해서 배를 운행하겠습니다.”

며칠 사이에 제법 친해진 선장 노인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다, 한쪽에서 평화롭게 차를 마시고 있는 오리온과 마얀드에게 다가갔다.

“오리온 씨, 해적선이 코앞까지 다가왔는데 아주 평화로우 십니다?”

“클클, 자네가 있는데 무슨 걱정인가. 첫날 이후에 해적들이 배에 발을 디딘 적도 없지 않은가.”

오리온의 말이 사실이었지만 괜히 분한 기분이 들어 마얀드가 마시던 차를 뺏어 한 번에 들이키고 자리에 앉았다.

“아니, 여기에 카이얀 씨의 것이 있는데 왜 제 껄 드시는 겁니까?”

“…차라리 그냥 카이얀이라고 불러. 어색하니까.”

“아니! 존대를 하라고 했던 것은 카이얀 씨 아닙니까!”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은 마얀드를 한번 쳐다보고 오리온에게 고개를 돌렸다.

“오리온 씨, 가룬 제국이나 샤니엘 왕국에서 해적들을 그대로 두는 이유가 있습니까? 10일 동안 확인한 해적선만 대충 백 척은 되는 거 같은데…”

“흠, 말로는 녀석들이 재빨라서 잡지 못했다고 하지만 이유야 뻔하지. 산트로 저 녀석처럼 귀족들의 의뢰를 받고 움직이는 녀석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일부러 그런 게 아니겠나.”

오리온이 손을 들어 가리킨 곳에는 갑판의 바닥을 열심히 청소하고 있는 산트로가 있었다.

10일 전과 달라진 거라면 녀석의 양손에 이상한 모양의 팔찌가 달려 있다는 것과 얼마나 맞은 건지 얼굴이 성한 데가 없다는 것.

“엇! 헤헤… 혹시 저를 부르셨습니까?”

화들짝 놀라며 비굴한 표정을 지은 채 다가오는 녀석.

사실 처음에는 녀석이 고급 검술을 배운 방법과 마얀드를 노리게 만든 녀석에 대해서 물어보고 죽일 생각이었다.

“쯧. 저쪽도 깨끗이 닦아.”

“예, 옛! 바로 닦겠습니다.”

[저런 녀석이 귀족 출신이라니…]

녀석을 죽이지 않은 것은 리에카의 말대로 산트로가 샤니엘 왕국 귀족 출신이기 때문.

산트로가 고급 검술을 알고 있던 것은 자신의 가문에 내려오던 검술을 배웠기 때문이었고, 마얀드를 노리라고 시킨 사람은 자신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녀석의 말로는 해적 군도에 상세한 정보가 적힌 의뢰서가 붙었길래 달려들었을 뿐이라고.

‘귀족이 해적질을 하다니 참 샤니엘 왕국은 이상한 나라야. 그래도 데려가면 배상금을 많이 준다니까 뭐.’

“그래도 산트로 덕분에 해적들이 왜 마얀드 님을 노리는지 알아냈으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오리온 씨, 그게 왜 다행스러운 일입니까? 덕분에 제가 매일 같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허허, 그래도 모든 해적 녀석들이 한꺼번에 쳐들어오지는 않지 않나. 녀석들은 이득을 나누지 않기 위해 힘을 합치지는 않을 걸세.”

그건 오리온의 말이 맞다. 녀석들은 꼭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순차적으로 나타날 뿐, 여러 해적단이 동시에 나타난 적은 없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가면 샤니엘 왕국에 도착합니까?”

“흐음, 해적 녀석들 때문에 조금 지체되었으니… 최소 10일은 더 걸릴 거 같군. 아직 경계에 있는 무론 영지에 도착하지 못했으니.”

타앙!

“10일이나 더 가야 한다는 말입니까?”

오리온의 말에 나도 모르게 탁자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도 최소한으로 잡은 거라네. 해적들이 계속해서 나타날 확률이 높으니 말일세. 자세한건 선장에게 물어보게나.”

“…해적. 해적 군도를 쓸어버릴까.”

가룬 제국과 샤니엘 왕국 사이에서 활동하는 해적들이 모인다는 해적 군도.

그곳으로 가는 길은 해적 선장급이 아니면 모를 정도로 은밀하게 감쳐져 있어서 두 나라의 해군들이 처리를 못 하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산트로라면 알거 아냐. 녀석도 해적 군도에서 의뢰서를 보고 왔다고 했으니까.’

지루한 배 생활을 보낸 지 벌써 15일째다.

거기다 아직도 리에카가 추천해준 멀미약을 먹지 않으면 어지럼증으로 고생을 하는 상태라 짜증이 솟구쳤다.

“산트로!”

“옛! 부르셨습니까!”

“해적 군도까지 여기서 얼마나 걸리지?”

“해적 군도라면 여기서 가깝습니다! 제가 배를 직접 움직인다면 이틀 정도…?”

“이틀이라… 군도에 해적들이 얼마나 있지?”

“엄청 많습니…”

퍼억!

말을 하던 산트로가 내 주먹에 맞고 몇 바퀴를 구른 뒤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흑…!”

“많다는 걸 내가 모르겠냐? 대략적인 숫자를 말하라는 거야. 귀족 출신이라면 숫자 정도는 셀 수 있을 거 아냐.”

“최, 최소 삼천 명 정도는 될 겁니다.”

“삼천 명? 인간쓰레기들이 그렇게 많단 말이야?”

[카이얀 님, 정말 해적 군도로 가시게요? 조금 위험할거 같은데…]

걱정하는 리에카를 번쩍 들어 올려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잊었어? 내 아공간에 누가 있는지?”

[하지만… 아! 군도라면 상관없겠네요!]

배에서 아공간을 열지 못하는 것은 들어가는 건 상관없어도 빠져나올 때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와 달리 움직이지 않는 섬이라면 상관없는 일.

“산트로, 만약 군도에 들리면 이 배가 샤니엘 왕국에 들어서기 전에 다시 돌아올 수 있나?”

“그, 그건… 노예선이 아닌 이상에야 아무리 작은 배라 해도 바람을 잘 만나야 합니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바람… 바람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거지?”

“예, 가능합니다.”

산트로 녀석의 어깨를 한번 토닥여준 뒤 오리온과 마얀드를 바라봤다.

“자네 진짜 가려는 것은 아니지? 그건 미친 짓이라네!”

“카이얀 씨… 당신이 아무리 강해도 그건 무리입니다.”

혹시나 그 미친 짓을 할까봐 걱정이 들었는지 황급히 말리는 둘.

하지만 미친 짓이라면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걱정 마세요. 지금 당장 가겠다는 게 아닙니다. 무론 영지에 배가 도착하면 그때 생각해보죠.”

“허… 제발 그런 미친 짓은 하지 말게나.”

샤니엘 왕국과 가룬 제국 사이에 무론이라는 조금 특이한 영지가 하나 있었는데.

그 영지는 가룬 제국과 샤니엘 왕국 사이에 존재하는 꽤나 큰 섬이었다. 정확히는 샤니엘 영지 소속으로 가룬 제국과 경계를 구분 짓는 영지랄까.

‘무론 영지에서 샤니엘 본토까지 배로 7일이 걸린다고 했었지. 이제 금방 도착할거 같은데.’

정상적인 운행이었다면 도착했어도 진작에 도착했어야 할 상황.

시선을 돌려 바다 저편을 바라봤다.

‘무론 영지에 도착하면 해적들을 쓸어버리고 취할 수 있는 이득을 얻자.’

오리온에게는 생각해 본다고 했지만 사실 이미 결심을 한 상태다.

상급 차원 큐브가 있는 이상 겨우 삼천 명을 두려워 할 이유는 없으니까. 거기다 해적들이라면 언젠가는 쓸어버려야 하는 쓰레기들이나 마찬가지일 테고.

‘무엇보다… 사람을 거래한다는 게 마음에 안 들어.’

녀석들이 군도라는 한곳에 뭉쳐있지 않았거나, 최소 사람을 납치하거나 거래하지 않았으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을 수도 있다.

해적들 때문에 배 일정이 늘어난 건 짜증나지만 참으라면 참을 수 있는 문제니까.

‘하지만 산트로 녀석에게 들은 해적들은 살아 있을 가치가 없는 녀석들이야.’

해적들이 지금 하고 있는 짓을 듣는 순간 생각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인간 거래부터 시작해서 반티가스 쪽을 돌아다니며 마을 약탈 및 방화, 이번처럼 의뢰를 받고 살해 및 납치 등등.

가만히 냅두기에는 계속해서 신경을 거슬리게 하다못해 짜증을 솟구치게 하는 녀석들.

“해적 군도… 그곳이 네 녀석들의 무덤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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