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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at 5th of November 2021 10:09:17 AM


Chapter 162: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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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카이얀 님! 정신이 드세요?]

“끼루룻!”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나려는 순간, 양쪽 귀에서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 들렸다.

한쪽은 리에카 그리고 나머지 한쪽은 바람이.

“괘, 괜찮아. 그러니까 조금만 작게 말해줄래?”

[그러니까 왜 무모하게 그 녀석과 싸우셨어요! 오러 마스터인걸 알았으면 바로 도망쳤어야죠!]

“알잖아. 그런 기회는 놓치기 힘들다는 거. 덕분에...”

누워있는 침상에서 하늘로 손을 뻗어 주먹을 쥐었다.

꽈악.

“더 강해진 기분이야. 아니, 느낌뿐만 아니라 진짜로.”

언제 다쳤냐는 듯 온몸에서 에너지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오히려 이락사인과 싸우기 전과 비교하면 오러가 늘어난 상태.

“아, 이락사인 녀석은 어떻게 됐어?”

[으휴... 엘라인 장로님께서 제압하셨어요.]

“그래? 그럴 거라 생각은 했지만... 둘의 전투를 못 봐서 아쉬운걸.”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엘프 최고의 정령사와 오러 마스터의 전투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을 텐데.

[사실 전투라는 것도 없었어요. 이락사인이라는 녀석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다가 기절했거든요.]

“...진짜? 허. 앞으로 엘라인 장로에게 잘해야겠는데.”

녀석도 나와의 전투로 조금은 지쳐 있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다니.

그 모습을 상상하려 해도 되지 않아 머리를 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어딨어? 지금 봤으면 하는데.”

[조금 더 쉬시는 게 어떠세요? 아직 하루밖에 안 지났어요.]

“하루? 내가 하루나 누워있었다고? 아... 하긴.”

생각해보면 죽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처 맞긴 했다.

온몸이 베이고 찢기고 부서지고 반복했으니. 그나마 회복 포션이 있어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그래도 궁금해서 안 되겠어. 어서 가보자.”

[에휴... 가자 바람아.]

포기한 듯 바람이의 머리에 올라탄 리에카를 따라서 밖으로 나가자 푸른 숲이 나를 반겼다.

“하... 이럴 때마다 이곳이 아공간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단 말이지.”

태양이 없어서 유네시아 대륙과는 확실히 차이가 나기는 했지만, 숲이 뿜어내는 따뜻한 기운과 빛을 보면 오히려 더 아름답게 느껴지곤 했다.

오랜만에 방문한 숲을 보며 리에카를 따라 걷고 있을 때 건너편에서 익숙한 모습의 엘프가 손을 흔들었다.

“카이얀 씨!”

“파메인 씨!”

그는 내게 여러 도움을 주었던 파메인.

다가와 반갑게 인사하는 그에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다치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제 몸은 괜찮으십니까?”

“예, 이제 멀쩡합니다.”

“그런 일이 있으셨다면 저를 부르시지 그랬습니까. 그럼 제가 당장 달려가서 도와드렸을 텐데.”

“하하... 상황이 너무 갑작스럽게 흘러가서 그럴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런 이유도 있었지만, 차마 혼자 자만에 빠져 위기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라고는 말하지 못했다.

그가 아무리 성격 좋은 엘프라 해도 나를 한심하게 쳐다볼 테니까.

“어디에 가시는 길입니까?”

“아, 저와 싸웠던 그를 보러 가는 길입니다. 그리고 엘라인 장로님께 감사 인사도 드릴 겸.”

“그럼 저와 같이 가시죠. 바로 이 앞입니다.”

파메인을 따라 숲을 10분 정도 걸었을 때, 이곳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가시넝쿨로 만들어진 장소가 모습이 드러냈다.

따뜻한 기운을 내뿜는 숲과는 다르게 조금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장소.

“파메인 씨... 이곳은?”

“아, 그 이락사인이라는 녀석을 묶어두기 위해 엘라인 장로님께서 만드신 장소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파메인이 앞장서서 가시넝쿨 앞으로 가자 세계수의 껍질이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사방으로 갈라지며 길을 만들어냈다.

그 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 중심으로 가자 넝쿨에 묶인 이락사인이 보였다.

“크으...”

“이락사인.”

“네, 네 녀석은...! 이 비겁한 녀석!”

꾸드득!

나를 확인한 이락사인이 얼굴이 시뻘게져서 넝쿨을 풀려고 시도했지만, 어림도 없다는 듯이 넝쿨이 더 강하게 녀석을 속박했다.

“...파메인 씨, 도대체 이 넝쿨이 뭐 길래 오러 마스터를 속박하는 겁니까?”

그 놀라운 모습에 파메인에게 묻자 그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 장로님께서 아끼시는 넝쿨 식물입니다. 마나를 흡수하고 강철보다 단단하며 질긴 탄력을 가지고 있죠. 정상적인 오러 마스터라면 모를까, 마나가 없는 오러 마스터쯤은 충분히 속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죠.”

“...그렇군요.”

왠지 녀석이 나와 싸울 때에 비해서 기운이 허약하게 보인다고 했더니.

‘마나를 흡수하는 넝쿨이라... 마나 봉인구보다 훨씬 도움이 되겠는데?’

속으로 어떻게 해야 엘라인 장로가 넝쿨을 빌려줄까라는 생각을 하며 이락사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이렇게 마주하니... 기분이 묘하네.”

“이... 이!!”

“그래,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 하지만 전투에 비겁한 게 어딨어? 네 녀석도 내가 해적들을 죽이느라 체력이 빠졌을 때 나타났잖아. 안 그래?”

‘엘릭서를 통해 체력을 회복한 것은 녀석이 모르는 일이니까.’

이락사인은 내 말에 할 말이 없었는지 눈을 크게 뜨고 째려볼 뿐 별다른 말을 뱉지 않았다.

“하... 이 녀석을 어떻게 한다.”

처음 계획대로 오러 마스터에 오르기 위한 연습 상대가 되어주면 좋겠지만, 이 녀석의 두 눈동자에 가득 찬 분노를 보니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

넝쿨을 풀어주는 순간 날 죽이겠다고 달려들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그렇다고 세계수 관리로 바쁜 엘라인 장로에게 매번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녀석을 써먹을 방법이 없을까.’

이락사인을 보며 눈을 빛내고 있을 때 뒤편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오, 카이얀. 일어났구나. 몸이 많이 상했었는데 조금 더 쉬지 그랬나.”

중후한 목소리의 주인은 엘라인 장로.

그에게 감사의 표시로 고개를 숙였다.

“어제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허허, 다 돕고 사는 거지. 그리고 자네와 우리 엘프가 남은 아니지 않은가.”

‘...오러 마스터를 가볍게 제압할 정도의 실력자.’

오늘따라 엘라인 장로가 다르게 보였다. 그가 짓고 있는 미소는 똑같은데도 불구하고.

강하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락사인을 이렇게 쉽게 제압하다니.

‘사실 제압해달라고 내가 부탁하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바램이었는데.’

당연한 사실이지만 적을 죽이는 것보다 어려운 게 제압이다. 그런데 엘라인 장로는 오러 마스터를 상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이 그 일을 해낸 것이고.

그건 엘라인 장로가 오러 마스터보다 몇 배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다.

‘...괜히 트집잡히지 않게 잘하자. 르코와 영지에 들리면 맥주를 가득 선물해줘야겠어.’

그러면서 한편으로 드는 의문은, 이런 강한 힘을 가진 엘라인 장로가 두려워하는 대마법사는 얼마나 강한 존재냐는 것.

그는 도대체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오른 마법사일까, 그리고 그의 목적은?

‘...지금 생각해봤자 답도 안 나와. 차라리 이럴 시간에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낫겠지.’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에 고개를 저어 생각을 떨쳐내고, 다시 이락사인을 바라봤다.

“이락사인,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내 연습 상대가 되어줄 생각이 있냐?”

“...뭐라? 연습 상대? 나는 해적왕 이락사인이다!! 감히 내게...!!”

“그래 없는 걸로 알게.”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그 모습을 보고 엘라인 장로가 한발 앞으로 나서자, 발끈했던 이락사인이 시선을 회피하며 입을 닫았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전형적인 나쁜 놈들의 모습.

“쯧쯧. 카이얀, 저 녀석을 어떻게 할 건가?”

“음... 일단 이대로 둬도 괜찮겠습니까? 문제가 된다면 죽이는 게 맞지만... 아니라면 나중을 위해 데리고 있고 싶습니다.”

“상관없네. 그럼 이대로 넝쿨을 계속해서 두는 걸로 하겠네.”

“예, 감사드립니다. 장로님.”

“허허, 그럼 나는 먼저 가보지. 자칼 녀석이 밭을 잘 갈고 있는지 확인해야 해서.”

엘라인 장로가 넝쿨 밖으로 나가자, 눈치를 살피던 이락사인이 다시 이를 갈며 눈을 부릅떴다.

“어서 날 풀어라!! 네 녀석도 검사라면 당당하게 검으로 승부를 보자!”

“와... 이 녀석 태도 변화 봐라. 걱정하지마 풀어줄 테니까.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그게 무슨...!”

발광하는 녀석을 한번 본 뒤 파메인과 리에카를 데리고 다시 넝쿨 밖으로 나왔다.

녀석의 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니 이미 치료된 상처들이 괜히 욱신거리는 기분이라.

“카이얀 씨,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불러주십쇼.”

“예, 마음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파메인이까지 돌아가자 눈치를 살피던 리에카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카이얀 님! 제정신이세요? 그를 풀어준다니요!]

“괜찮아. 생각이 있어.”

[그는 오러 마스터라구요! 죽일 수 있을 때 확실히 죽여두는 게...]

“조금 아깝잖아. 어제 한발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면... 분명 오러 마스터가 되었을 텐데.”

진짜 딱 한 발.

한계를 넘어선 싸움으로 평소에는 잡히지 않던 무언가가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기분.

한발만 더 앞으로 나아갔다면 잡을 수 있었을 텐데.

[그렇다고... 저 녀석이 카이얀 님의 부탁을 들어주겠어요? 풀어주는 순간 죽자고 달려들 걸요?]

“그래서 나중에 풀어준다고 했던 거야. 한... 20일 정도 뒤에? 잘하면 40일 뒤가 될 수도 있고.”

[20일이요? 엇! 설마?]

“맞아. 황금 주사위. 미치지 않은 나도 그와 맨몸으로 싸울 생각은 없어.”

황금 주사위에서 3이상의 숫자가 나온다면 녀석과 다시 붙어볼 생각이다.

2와 3의 차이는 단순히 1의 차이가 아니니까.

“그 정도라면 한 번 붙어볼만 하지 않겠어?”

[으음... 높은 숫자만 나온다면야... 5라도 나오면 한주먹 거리도 안 될 텐데.]

“5가 나오면 오히려 도움이 안 될걸. 3정도가 나와야 도움이 될 거야.”

5가 나와 버리면 아니, 지금 능력으로는 4만 나온다 해도 카니엔 녀석과 붙었을 당시의 힘을 뿜어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엘라인 장로가 이락사인을 가볍게 상대했듯이 녀석이 오러마스터라 해도 내 상대가 안 될게 뻔하고.

“그러니까 너무 걱... 어? 아아!”

[왜 그러세요?]

“끼룻?”

마음이 편안해지자 그제야 드는 생각.

“...골렘이는?”

[어어? 그러고 보니까... 해적 군도에 두고 왔네요?]

그때 당시에 상황이 너무 긴박해 리에카만 챙겼지 골렘이를 잊고 있었다.

아무리 급한 상황이라 해도 이런 멍청한 실수를 하다니. 아군을 적 본거지에 두고 오는 바보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이런... 죽지는 않았겠지?”

[으으... 그래도 엄청 단단하니까 아직 살아 있지 않을까요?]

골렘이를 살리는데 사용한 G가 무려 3000G.

그게 떠오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차원 큐브를 잡고 아공간의 문을 열고 있었다.

우웅!

“가자.”

[네? 괜찮으세요?]

“몸은 멀쩡해. 그런데 골렘이가 죽었다면 머리가 아파질 거야. 그러니까 어서 구하러 가자! 아아! 바람이는 여기서 기다리고!”

[에휴.... 가요.]

한숨을 내뱉는 리에카를 안은 채 망설임 없이 아공간의 문을 향해 몸을 던졌다.

* * *

카이얀에 의해 외곽 지역 일부가 박살난 해적 군도.

카이얀과 함께 사라진 이락사인을 기다리던 해적들이 하루가 지나도 둘이 돌아오지 않자, 살아남은 간부들의 명령에 의해 부서진 잔해를 치우고 있었다.

“하암! 졸리네. 루스, 그런데 우리 이대로 있어도 되는 거냐?”

“그럼 어떻게 하게?”

루스라 불린 해적이 동료의 물음에 의문을 표하자, 그가 당연한 걸 묻냐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어떻게든 이락사인 님을 찾아봐야지!”

“이 멍청한 녀석아! 어디로 갔는지 알고 찾아봐? 그리고 이락사인 님이 누구시냐! 바로 해적왕이신데 무슨 일이 있으시겠어?”

“그건... 그렇네? 그럼 아무 문제없겠구나! 하하!”

“됐으니까 돌이나 어서 치우자...”

우웅!

“응? 이게 무슨 소리지?”

루스가 동료를 타박하다 귓가에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자.

“숲? 어...? 어어어!”

“왜 그래? 어?”

루스와 동료의 눈에 보인 것은 숲이 보이는 동그란 공간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고양이와 사람.

타닥.

“휴우... 골렘아 제발 살아 있어라. 음?”

“어디서 봤는.... 어?”

루스가 이상한 공간에서 튀어나온 녀석을 어디선가 봤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자 생각났다는 듯이 박수를 쳤다.

“어제 그 침입자!!”

“침입자가 아니라 카이얀이다.”

스각

침입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루스의 시야가 이상해졌다.

분명 자신은 목을 꺾지 않았음에도 점점 비스듬하게 보이는 시야. 그에 이상을 느낄 때 점점 바닥이 가깝게 보이며 시야가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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