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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at 5th of November 2021 10:06:30 AM


Chapter 243: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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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카이얀, 뭐를 하는 거야? 나야 네가 가만히 있어 준다면 좋긴 하지만…”

궁금하다는 듯이 묻는 메이샤의 말을 무시한 채 빠른 속도로 상점 목록을 넘겼다.

‘장난감은 불확실해. 차라리 마법 스크롤을 구매하는 게 더 효과적일 거야. G를 아끼지 말자.’

제일 중요한 G라면 애초부터 여유가 있는 상태였고, 방금 전에 로븐 녀석이 내게 죽어 주며 더욱 더 많아진 상태다.

지금의 G라면 메이샤에게 제대로 한방 먹여줄 스크롤을 구매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는 리에카가 옆에 없기 때문에 그 스크롤을 직접 찾아야 한다는 것이지만.

“하암! 가만히 있으니까 좋기는 한데 지루하네. 카이얀, 이럴게 아니라 대화라도 나눠 볼래? 난 네게 궁금한 게 엄청 많은 상태거든.”

“…곧 죽을 녀석과 대화를 나누는 취미 따위는 없어.”

“그러지 말고 대화를 나눠 보자. 혹시 알아? 말이 잘 통해서 네가 우리 조직에 들어오게 될지?”

메이샤의 말에 빠르게 내리던 손을 멈칫한 채 녀석을 쳐다봤다.

“나보고 아스티아에 들어가라는 말이냐?”

“물론 장로님께서 허락해 주셔야 가능한 일이지만, 네가 그러고 싶다고 마음만 먹는다면 불가능한 건 아닐걸? 어때? 아스티아에 들어오는 게.”

“네가 지금 내 검에 죽어 준다면 한번 생각해 보지.”

유혹하듯 귓가를 간지럽히는 목소리로 말을 뱉는 메이샤에게 차갑게 대답하자, 녀석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바라봤다.

“하아… 이해할 수가 없네. 왜 그렇게 아스티아에 대적하는 거야? 지금까지 파악한 정보로는 딱히 너와 조직이 대립할 이유가 없던데?”

“…네 녀석들을 죽여야 하는 이유를 말하는 거라면 충분히 있어.”

처음 아스티아와 대립을 시작한 건 의도한 게 아니었다.

반티가스의 해적왕 이락사인, 녀석이 다스리는 해적 군도에서 우연히 나와 같은 배를 타고 있던 마얀드를 노렸고, 그에 해적들을 쓸어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해적 군도로 찾아갔다가 녀석을 만난 게 처음 시작이었다.

그러다 아르시아 왕국에서 호람스 테리언을 비롯한 가르온 조직을 만나게 되면서 레플랙사가 아스티아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사실에 완전히 적대적으로 돌아선 거지.

“혹시… 장로님에게 호슬리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거야? 그것 때문에 그런 거라면 네가 오해하고 있는 거야.”

메이샤 이 녀석 지금 나를 회유하는 게 아니라 지능적으로 도발하는 게 아닐까.

녀석의 불쾌한 말에 다시 한번 눈썹이 꿈틀거렸다.

“…바리안 녀석이 호슬리안을 찾은 건 나 때문이냐?”

“무슨 소리야?”

“나 때문에 숨어 있던 호슬리안이 아스티아에 발각되었냐고 묻는 거다.”

바리안 녀석의 말을 듣고 그 생각이 머리에 떠나지 않았다.

나 때문에 멀쩡히 반티가스에서 생활하던 호슬리안이 죽었다는 사실이.

“아하! 맞아. 장로님께서 너를 추적하다가 그곳을 발견하셨다고 들었거든. 그게 아니었다면 아무리 장로님이라고 해도 찾지 못했을 걸?”

수긍하는 메이샤의 말에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호슬리안이 죽은 게 진짜 나 때문이었을 줄이야.’

생각해보면 그는 항상 아스티아를 경계하고 있었다. 내가 처음 그곳을 방문했을 때도 아스티아냐면서 검을 휘둘렀으니까.

애초에 그곳에 숨어 있던 것도 아스티아를 피하기 위해서였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아스티아를 만나게 해 준 게 나라니.

으득.

호슬리안에게 은혜를 갚아도 모자란 상황에 커다란 죄를 지었다는 생각이 들어 이빨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메이샤라고 했나? 호슬리안은 정말 죽은 거냐?”

“흐음, 그걸 죽었다고 봐야 하나? 애매한데.”

“애매하다는 게 무슨 뜻이냐.”

“호슬리안은 파르… 아, 넌 파르안 장로님에 대해서 모르지? 뭐, 어쨌든 그분과 원래 하나였거든. 사실 이건 비밀인데 네가 마음에 들어서 말해 주는 거야.”

“하나… 였다고?”

메이샤 뿐만 아니라 바리안 녀석도 둘이 원래 하나였다는 말을 했었다. 그렇다면 녀석들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면 호슬리안이 정말로 괴물의 파편처럼 갈라졌다는 걸까?

‘한 사람이 둘로 갈라진다는 게 가능한 건가?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왜?’

내가 만났던 호슬리안은 오러 마스터로써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부와 명예를 포기하고 펠카루족의 무덤에서 몇 십 년을 보낸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굳이 자신의 몸을 두 개로 나눠서 하나는 아스티아의 장로로 활동하고, 하나는 아스티아를 경계하며 펠카루족의 무덤을 지키는 수호자로 활동할 이유가 있을까?

‘…젠장.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머리를 아무리 굴려 봐도 떠오르지 않는 해답에 머리를 젓고 다시 스크롤을 찾는데 집중했다.

어차피 메이샤에게 정보를 얻어내려고 해 봐도 중요한 정보는 말해 주지 않을 게 뻔할 테니, 차라리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이곳에서 벗어나서 그다음을 생각하는 게 맞다.

“뭐야? 재미있는 정보를 알려 줬는데도 관심이 없는 거야? 아! 혹시 바리안 장로님에게 벌써 들은 건가? 흐음…”

메이샤가 뭐라고 떠들든 무시한 채 스크롤을 넘기길 한참.

“…이거다.”

리에카가 알려 줬던 여러 가지 마법들 중 지금 상황에 딱 맞는 스크롤을 찾아냈다.

가격을 생각하면 평소라면 절대 구매하지 않았겠지만, 이 마법 한방이면 저 여유로운 표정으로 구경하는 녀석을 처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스크롤이었기에 과감히 구매를 눌렀다.

‘자, 그럼… 스크롤을 먼저 사용하기 전에.’

왼손에 스크롤을 꽈악 잡은 채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검을 머리 위로 올리자, 메이샤가 나른한 표정으로 주변에 바람의 구슬 여러 개를 만들어 띄었다.

“포기했나 싶었는데… 뭐 마음대로 해. 이제 조금만 있으면 장로님께서 오실 테니까.”

“메이샤, 내게 시간을 준 걸 후회하게 될 거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던 검에 오러를 가득 담은 채로 녀석을 향해 휘둘렀다.

부아아앙!

메이샤를 향해 날카롭게 쏘아져 나가는 오러 윙.

녀석이 매섭게 다가오는 오러 윙에 바람의 구슬을 던지며 투명한 방어 마법을 사용해 몸을 보호했다.

콰아아앙!!

‘역시!’

생각보다 허무하게 막힌 오러 윙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녀석이 혹시라도 블링크로 마법을 피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내 의도대로 방어 마법을 사용했다는 안도감에.

“봐봐. 소용없… 또?”

“후읍! 하아압!”

부아아앙!

다시 한번 오러 윙을 날리자 녀석이 인상을 찌푸린 채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바람의 구슬을 날린 채 방어 마법을 사용했다.

그에 기다렸다는 듯이 왼손에 있는 스크롤을 재빨리 찢자.

지이잉.

1회용 디스펠 마법이 발동되며 녀석이 사용했던 방어 마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에 당황한 녀석이 황급히 다른 마법을 사용하려고 시도했지만 이미 코앞까지 오러 윙이 다가온 상태였다.

푸화악!

“커헉!!”

“내게 시간을 준 걸 후회하게 해 준다고 말했잖아.”

바람의 구슬과 부딪치며 힘이 많이 약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오러 윙이다. 약해빠진 마법사의 신체 정도쯤이야 방어 마법만 없다면 반쪽 내버리는 건 아주 쉬울 정도로.

콰앙!

오른팔을 비롯한 신체 일부가 잘려나간 메이샤가 피를 토하며 하늘에서 지상으로 추락했다.

“끄윽…. 쿨럭!”

고통스러운지 인상을 찡그린 채 피를 토하는 메이샤.

녀석이 처음 등장부터 방금 전까지 여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던 것을 생각하니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어, 어떻… 쿨럭! 어떻게 네 녀석이 이렇게 강한 디스… 펠을 사용한 거지? 너, 넌 분명 오러 검사일 텐데?”

경악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보니 지금 메이샤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느껴졌다.

하긴 방금 사용한 디스펠은 6서클 마법이지만 예전에 사용했던 멀티 헤이스트와는 급이 다른 최상위 마법이니까.

“그건 네 녀석이 알 필요는 없으니까… 그만 끝내자. 그러게 차라리 로븐 녀석처럼 덤볐어야지.”

“크… 쿨럭! 이런 말도 안 되는… 나… 나를 죽일 생각이야?”

목에 검을 겨누자 급히 마법을 사용하려던 녀석이 동작을 멈춘 채 불안한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딱히 네게 악감정은 없지만… 아스티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죽일 이유는 충분해. 그리고 무엇보다.”

푸욱!

“끄윽…!”

몰래 마나 폭발을 준비하던 메이샤의 심장에 검을 찔러 넣자, 녀석이 핏발선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방금 디스펠 마법 때문에 생각지도 못하게 G를 낭비해 버렸거든. 잘 가라, 메이샤.”

“이… 이럴 수는… 없어…”

띠링! [레벨업 하셨습니다]

메이샤의 고개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귓가에 다시 한번 레벨업 알림이 울렸다.

이번 전투에 G를 조금 많이 사용하기는 했지만 로븐을 포함해서 한번에 2레벨을 올렸기에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확실히 더 강해지려면 강한 녀석들을 상대해야 해.”

몬스터를 잡을 때와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레벨업 속도.

이런 식으로만 강해질 수 있다면 99레벨을 넘어서 299레벨이 꿈같은 목표는 아니다. 만약 내가 거기까지만 성장할 수 있다면.

‘바리안 장로 그리고 검은 실험체 마지막으로 레플랙사까지. 녀석들을 상대하는 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야.’

지금까지 경험한 플레이어 시스템이라면 레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훨씬 더 강해지고 더 많은 특권을 받게 될 테니.

현재 고작 88레벨로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강함을 손에 넣었는데 99레벨 아니, 더 나아가서 그 이상이라면?

“카이얀 씨, 괜찮으십니까?”

“아.”

머릿속에 빠르게 그려지는 그림에 잠시 빠지려는 순간 파메인이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락사인에게 일방적으로 밀리셨던 게 고작 몇 달 전인데 그사이 이렇게 성장하시다뇨. 이제는 오러 마스터쯤은 손쉽게 압도해 버리시는군요.”

“그때는…. 그렇죠, 그때에 비하면 빠르게 성장하기는… 아! 이럴 게 아니라 어서 이곳을 벗어나죠.”

바닥에 쓰러져 있는 메이샤와 로븐의 시체를 힐끔 보고 파메인에게 돌아가 그를 등에 업었다.

머릿속에 호슬리안부터 시작해서 실험체까지 여러 의문이 있었지만, 지금 당장은 이곳을 벗어나는 게 우선이다.

기껏 아이샤라는 녀석들까지 처리했는데 이제 와서 바리안 녀석에게 잡힌다면 그것만큼 허무한 일도 없을 테니.

파박!!

땅을 박차고 커다란 나무 몇 개를 지나치자, 시야에 빼곡했던 나무들이 줄어들더니 가미안 대평원의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아돌프에게 데리러 오라고 하는 게 좋겠지?’

가르온 조직에 들어오라는 제의를 단번에 거절하고 이럴 때만 도움을 요청한다는 게 조금 미안하게 느껴졌지만, 지금 당장은 그 방법 말고는 안전을 도모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통신구를 꺼냈다.

우웅!

카이얀인가?

통신구를 작동시키자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아돌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긴 이유는 모르지만 엘릭서를 꼭 받아내야 하는 그들의 입장에서 아스티아의 영역인 주거지에 들어간 내가 걱정이 되었을 테니.

“예, 접니다. 아돌프 님, 지금 당장 이곳으로 와 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이네! 거기가 어딘가?

“아돌프 님께서 텔레포트 시켜 주셨던 곳과 가까운 곳입니다. 제가 그쪽으로 갈 테니 거기로 와 주시죠.”

알겠네. 곧바로 갈 테니 다른 곳에 가지 말고 그곳에 있게나.

혹시나 거절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흔쾌히 허락하는 아돌프의 말에 안도를 느끼기도 잠시.

“저…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음? 무슨 문제 말인가?

“주거지에서 아스티아와 부딪쳤는데 바리안 장로라는 녀석에게 지금 쫓기고 있습니다.”

바리안…? 그런데 자네 어떻게 주거지 밖으로 나온 건가? 그 녀석이라면 자네가 도망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텐데…

“그건 설명하면 조금 길지만… 어쨌든 지금 당장은 안전합니다. 그런데 언제 쫓아올지 모르니 최대한 빨리 와 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혹시나 바리안 장로라는 말에 아돌프가 거절을 하는 건 아닐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잠시 기다리자.

알겠네. 지금 당장 가겠네. 그럼 그곳에서 보도록 하지.

“예, 감사합니다.”

예상과 달리 아돌프는 별문제 없다는 듯이 허락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엘릭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거나, 아니면 아스티아와 정말로 대적할만한 방법이 있기에 자신이 있다는 건데.

‘뭐가 됐든 당장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

생각보다 수월하게 풀린 일에 가벼운 마음으로 더욱 박차를 가해 주거지에서 벗어나 대평원에 발을 디디었다.

“카이얀 씨! 대평원입니다!”

“파메인 씨가 도와주신 덕분이죠. 혼자였다면 절대 도망치지 못했을 겁니다.”

정말로 그가 바리안 장로로부터 기회를 만들어 주지 않았다면 애초에 실험체를 깨우는 일은커녕 이미 제압되어 레플랙사에게 끌려갔을 확률이 높았다.

문제는 레플랙사가 만든 아스티아에 정령의 존재에 대해 걸렸다는 게 문제지만.

“카이얀 씨, 저깁니다! 저기에 제가 만든 땅굴이 보이는군요.”

등에 업힌 파메인이 가리킨 방향을 보자, 평원 한부분에 정말로 깔끔한 모양으로 뚫려 있는 땅굴이 보였다.

“이제 저기까지만 가면…”

목숨을 건졌다는 생각에 안도를 느끼는 순간, 바로 근처 두 방향에서 동시에 감각이 울렸다.

그와 함께 느껴지는 강렬한 마나의 향기.

“아돌프? 하지만 왜 마법진이…”

위이이잉!

양쪽에서 순식간에 그려지는 텔레포트 마법진에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몰라 멈칫한 순간, 마법이 완성되고 왼쪽 마법진에서 보고 싶지 않았던 바리안 장로가 걸어 나왔다.

“크흐… 카이얀!! 아주 재미있는 짓을 벌인 주제에 감히 도망을 가려고 해?”

“…바리안. 지독한 녀석.”

녀석은 실험체와 전투를 치른 건지 아니면 다른 일이 있었던 건지 입고 있던 고급스러운 로브가 이리저리 찢어진 상태였다.

얼굴은 처음 봤을 때와 달리 여유보다는 분노에 가까운 표정이었고.

“카이얀, 우선 네 녀석의 팔다리를 찢어…”

“누구 마음대로 그의 팔다리를 찢는다는 겁니까?”

“너는….”

바리안이 내게 다가오려는 순간 반대쪽 마법진에서 부드러운 음성과 함께 로브로 얼굴을 가린 로브인 셋이 걸어 나왔다.

‘방금 그 목소리는 설마…’

놀란 표정으로 제일 앞에 있는 로브인을 쳐다보자, 그가 아니 그녀가 로브를 벗으며 미소를 지었다.

“바리안 장로, 제가 허락하지 않는 한 그쪽은 카이얀 씨의 손가락 하나도 건들일 수 없습니다.”

“이사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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