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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at 5th of November 2021 10:13:53 AM


Chapter 38: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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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생각에 빠져 몬스터를 공격하는 것을 멈췄는데도 불구하고 레벨이 올랐다.

꼭 누군가가 나 대신 사냥을 하고 있는 것처럼. 그래도 그렇지 레벨업을 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레벨업인 건지.

이 황당한 상황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감이 안 왔다. 좋은 일은 맞는데 이유를 모르는 일만큼 찜찜한 것은 없으니.9ㅐ8

‘생각을 해 보자. 이대로 넘어가기에는 얻은 게 너무 많아.’

불안함 마음을 진정시키고 일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해 차근차근 생각했다.

‘몬스터들이 절벽에 부딪쳐서 죽은 후에 레벨이 올랐어. 그다음은 지상에 부딪치고 나서고. 그런데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레벨이 오른단 말이야.’

레벨이 올랐다는 말은 경험치를 얻었다는 것.

즉, 몬스터를 잡았다는 거다. 그런데 왜 추락해서 죽은 몬스터들이 내가 잡은 것으로 인정이 됐을까?

‘……영향. 그래, 내가 녀석들이 죽는 것에 영향을 준거야.’

고민 끝에 어느 정도 답에 가까운 이유를 유추할 수 있었다.

꼭 몬스터를 내 손으로 마무리하지 않아도 레벨업이 가능한 것처럼, 내가 녀석들이 죽는 데 영향을 준 것이다.

‘그리고 내가 녀석들에게 단체로 영향을 준 것은… 장난감밖에 없지.’

녀석들에게 영향을 준 것은 바로 하늘로 쏘아 올린 장난감.

그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겨우 장난감 하나 사용했다고 해서 어떻게 저럴 수가 있냐는 것. 고작 장난감 하나 때문에 이런 상황이 일어나다니.

“이게 말이 되냐고…….”

띠링!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하늘의 수호자

“칭호?”

상태창에 칭호를 표시하는 문구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없음으로 표시되었기에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칭호라니. 거기다 하늘의 수호자라는 뭔가 멋있는 이름이다.

‘상태창.’

레벨이 몇이나 증가했는지와 새로 얻은 칭호를 확인하기 위해서 떨리는 마음으로 상태창을 불러왔다.

상태창

이름:카이얀 / 나이:15살 / 직업:플레이어 / 칭호:하늘의 수호자

레벨:48 / 힘:32 / 민첩:20 / 체력:17 / 지능:9 / 분배:52

“와…와하하하! 미쳤다.”

상태창을 보는 순간 웃음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레벨이 48이라니. 제일 최근에 확인했을 때가 22레벨이었는데.

거기다 분배에 여유 포인트가 무려 52개나 있다.

고작 40G짜리 장난감을 하나 사용해서 순식간에 26업을 하다니. 이건 말 그대로 기적이다.

“…카이얀, 괜찮은 거냐? 혹시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제프 아저씨가 조심스럽게 내 이마에 손을 올렸다.

내가 너무 미친놈처럼 웃어 대니 걱정됐나 보다. 하긴 모두 이 심각한 상황에 표정이 굳어 있는데 나 혼자 협곡이 떠나가라 웃어 됐으니.

“저는 괜찮아요. 갑자기 기분 좋은 생각이 나서요. 크크.”

“그, 그래 혹시 무슨 아프면 이야기하고.”

“크크… 푸하하!”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려 손으로 입을 가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제프 아저씨와 막스 아저씨가 한 발자국 물러난 채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봤다.

“너 정말 괜찮은 거지?”

“하아… 후우. 그렇다니까요. 괜찮아요.”

심호흡을 하자 그제야 마음이 조금 진정됐다.

이 황당하면서 기쁜 일을 참기는 힘들었지만, 죽고 죽이는 전장에서 미친놈처럼 웃기에는 너무 눈에 띈다.

‘미쳤어… 포인트를 어떻게 하지? 힘에 모두 분배해 버릴까?’

포인트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는 상황.

52라는 숫자는 지금까지 레벨업과 퀘스트를 통해 얻은 능력치와 맞먹는 수치.

한마디로 제대로 분배만 하면 지금보다 최소 2배 이상은 강해진다는 소리인데.

‘우선… 칭호부터 확인하자. 손으로 누르면 설명이 나오려나.’

플레이어 시스템의 특성상 칭호에 대한 설명을 안 해 줄 수도 있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문구를 만졌다.

[하늘의 수호자(B)]

보유 효과 : 하루에 세 번 1분간 하늘을 비행할 수 있다.

다행히 칭호에 대한 문구가 떴다. 칭호의 효과는 하늘을 날게 해 준다는 것.

플레이어 시스템에게 생각지도 못한 큰 선물을 받은 기분에 마음이 들떴다.

“하늘이라니…”

입에서 저절로 터져 나오는 감탄.

어떤 방식으로 하늘을 날게 해 주는지 모르지만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정말 대단했다.

하늘은 비행 몬스터를 제외하면 고서클 마법사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니까. 그런 공간에 내가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로 믿기지 않는다.

‘정말 좋은 걸 얻었어. 그런데 왜 갑자기 칭호가 생겨난 걸까? 공중 몬스터를 많이 잡아서?’

칭호를 얻는 방법에 대해서 알지 못했기에 의문이 들었지만 그 문제에 관해서 오래 생각하지는 않았다. 플레이어 시스템이 이런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니까. 일일이 하나씩 파고들다 보면 끝도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으니.

“몬스터 죽이기에 딱 좋은 기분이야.”

끼이익. 핑!

퍼억!

“죽어라! 하하!”

지상에 떨어진 몬스터를 향해 화살을 날리는 동안에도 입에서 쉴 새 없이 즐거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띠링! [레벨업 하셨습니다]

몬스터를 몇 마리 잡지 않았는데도 또다시 레벨업.

역시 내 짐작이 맞다. 저 녀석들이 다친 것은 장난감을 쫓다가 추락했기 때문인데, 그건 모두 나 때문이지 않은가.

물론 아직 죽지는 않았기에 경험치로 들어오지는 않지만 다른 병사들이 녀석들을 죽이면 내 영향력에 일부가 인정받아 경험치로 들어오는 거다. 그러니 병사들이 많은 몬스터를 잡으면 잡을수록 내 레벨은 계속 오른다는 소리고.

핑! 핑!

퍼억!

“끼아아악!”

손에서 떠난 화살들이 부상당한 몬스터의 숨통을 끊었다.

“지금 최대한 이득을 봐 둬야 해.”

급속 성장을 이뤘다고 해서 여기서 만족할 생각은 없다.

전쟁이 끝나기 전에 기사를 넘어서겠다는 목표? 그건 지금 당장이라도 여유 포인트만 분배하면 이룰 수 있는 목표다. 거기다 등급 상승한 오러까지 있으니.

하지만 딱 거기까지. 최종 목표인 모든 몬스터를 말살하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하다.

‘시간이 조금 단축됐을 뿐. 내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었어.’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해야 한다.

두 눈을 불태우며 화살을 날리고 있을 때, 활이 없기에 가만히 서서 몬스터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구경하던 막스 아저씨와 제프 아저씨가 조금 고란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음……. 그런데 이렇게 되면 하피 퀸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러게 말입니다. 상황이 조금 애매하군요.”

“어쨌든 우리 지원 부대의 역할은 하피 퀸을 사냥하는 건데…….”

‘그건……그렇네.’

하긴 우린 어디까지나 하피 퀸을 사냥하기 위해 지원한 것이니.

“음.... 괜찮지 않을까요?”

몬스터에게 쉴 새 없이 화살을 날리던 손을 멈춘 채 입을 열었다.

“뭐가 말인가?”

“하피 퀸을 잡으려는 이유가 연합군에 피해가 커서 그런 거잖아요.”

“그렇지.”

“근데 몬스터들이 저렇게 떼죽음을 당하면 상관없지 않을까요?”

하피 퀸이 초대형 몬스터처럼 강력한 몬스터도 아니고, 단지 하피들을 조종해 전술을 사용한다는 것인데.

지금 상황을 보면 그 수많은 몬스터 중 삼분의 일 이상이 지상으로 떨어져 부상당하거나 죽은 상태다. 그중 제일 많은 피해를 본 것은 당연히 하피.

그 말은 하피 퀸이 조종 가능한 하피들의 숫자가 반 토막 났다는 소리다.

그런데 굳이 하피 퀸을 잡을 필요가 있을까? 물론 잡을 수 있으면 잡긴 할 거다. 1000G를 얻어야 하니까.

“크흠! 그건 내가 알려 줄 수 있겠구만.”

입이 근질근질 했는지 늙은 기사가 참지 못하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 늙은 기사도 가만 보면 이야기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하피 퀸은 꼭 잡아야 하네. 몬스터 웨이브는 이번에 막는다고 해서 끝이 아니니까 말일세.”

“아… 그렇군요,”

지금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10년 뒤에 일어날 몬스터 웨이브가 문제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파니벨룬 연합군에게 그 책임을 떠넘길 수 있지만, 웬만해서는 이번에 해결하는 게 좋다. 미룬다 해도 결국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일반 병사들일 테니.

“그런데 하피 퀸이 지상으로 내려오겠습니까? 생각이 있다면 후퇴할거 같은데.”

“그건… 확실할 수 없구만. 다만 확실한 건 몬스터 웨이브 역사상 해가 지기 전에 몬스터 스스로 물러난 적이 없다는 것이지.”

“그건 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른데.’

몬스터가 부상을 당하면 전투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 그리고 그건 공중 몬스터가 지상 몬스터보다 더욱더 심하게 영향을 받는다. 재수 없게 날개라도 부상당하는 순간 비행조차 하지 못하게 되니까.

그런 면에서 하피 퀸이 정말 지능이 있다면 후퇴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지금 덤벼 봐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 테니. 뭐, 만약에 후퇴를 안 한다면 이참에 하피 퀸까지 잡으면 그만이고.

“그건 두고 봐야지. 음, 저기 저놈이 하피 퀸인가 보군.”

늙은 기사가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곳을 바라보자 언뜻 보기에도 보통 하피보다 덩치가 두 배 이상 커다란 녀석이 날개를 파닥이며 하늘에 떠 있었다.

거리가 멀어서 어느 정도 오차가 있겠지만 그걸 감안한다 해도 녀석의 덩치는 일반 하피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

“하피 치고 크기는 하군요. 오크 로드는 오크들이랑 별 차이 없던데.”

‘네임드 몬스터라고 해서 다 똑같은 건 아니라는 소리군.’

지점을 공격하던 몬스터 반 이상이 지상으로 내려온 상태라 하늘이 텅텅 비어서 녀석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녀석은 상당히 높은 상공에 있어서 정확히 들리지는 않지만 지상을 향해 울부짖고 있었다.

꺄아아아악!

아이템의 효과로 높아진 민첩 능력치 덕분에 녀석이 바라보는 방향이 연합군쪽이 아닌 지상에 추락한 몬스터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녀석은 동족인 하피들이 죽어 가는 것을 보며 울부짖고 있던 것이다. 언뜻 보면 정말 안타깝고 불쌍하게도 보이는 장면.

하지만 연합군에는 녀석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거다. 지금까지 몬스터에게 희생당한 병사들이 몇 명인지 셀 수도 없으니까.

“그러니까 왜 인간의 영역을 넘봐. 건방진 새끼야.”

내 말을 기점으로 살아남은 몬스터들이 필사적으로 하늘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몬스터 웨이브가 왜 일어나는지, 그리고 녀석들이 왜 쳐들어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와아아아아!

“녀석들이 도망간다!! 정말로 도망간다고!”

“우리가 이겼다!”

“파니벨룬에서 꺼져버려! 와하하하!”

몬스터를 물리치고 연합군이 승리했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지상에 추락했던 몬스터들은 반이 조금 안 되게 죽었고, 겨우 살아서 하늘로 올라간 녀석들도 큰 부상을 입은 채 도망가는 중이다. 이건 완벽한 승리라 말해도 부족하지 않다.

지점에 돌출부에 나와 있던 병사들이 하나같이 모두 목이 터져라 승리를 외쳐 됐고, 지휘관들은 그 모습을 말리기는커녕 검을 높게 들어 올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와하하! 공중 몬스터 별거 없네!”

“그 녀석들 허둥지둥 도망가는 거 봤어?”

“오늘 우리 부대에서 죽은 사람은 없겠지?”

그중 제일 신나 있는 것은 제7 특수 부대를 포함한 지원 부대.

지휘관들 입장에서는 전공을 챙기기 위해 파니벨룬으로 온 것이지만, 병사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위험한 곳으로 온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쉽게 승리하다니. 그것도 공중 몬스터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 채 말이다.

“……정말 믿기지가 않는군. 몬스터들이 정말로 도망가다니.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막스 아저씨는 파니벨룬에서 몬스터 웨이브를 겪어봤기 때문인지 아직도 연합군이 승리한 것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는 눈치다.

“아저씨, 우리가 이긴 겁니다.”

“하…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좋은 일이죠. 그런데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거죠?”

도망가는 녀석들을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원래 몬스터 웨이브는 정해진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미친 듯이 몰려드는 몬스터를 막는 것이고, 한 번도 그 기간 내에 몬스터가 스스로 물러난 적이 없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 일이 최초로 일어났지.’

거기다 도망간 몬스터들 또한 대부분 부상당한 상태.

녀석들이 부상을 감수하고 다시 덤벼들까? 만약 아니라면? 그럼 이대로 파니벨룬은 몬스터 웨이브가 끝나는 것인지 그게 궁금했다.

“그건…….”

“하피 퀸은 어떻게 된 것이야! 왜 몬스터들이 도망을 가!”

막스 아저씨가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병사들의 함성을 뚫고 제12지점에 날카로운 고성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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